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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검 8장 - 레이피어 (Rapier) - ②
AD 樂지운영자  
레이피어의 1문 1답으로 레이피어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하자.

 
♣왜 찌르는 도검이 되었는가?
기존의 훌륭한 찌르고 베는 아밍 소드를 두고 어째서 찌르기에만 치중한 이런 도검이 등장했는가? 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레이피어가 등장하고서도 찌르고 베는 컷 앤 쓰러스트 소드, 사이드 소드, 브로드 소드는 계속 함께 사용되었기 때문에, 레이피어는 결코 다른 도검을 도태시키지 못했다. 찌르고 베는 표준형의 도검과 레이피어는 항상 공존해온 것이다. 일단 컷 앤 쓰러스트 소드 류에서 레이피어가 시작해왔음은 자명하다.
 

검술 방법론은 항상 환경에 진하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레이피어라고 부르는 도검은 탁 트인 벌판에서 군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밀도 도심지가 형성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햇빛도 내리쬐이지 못하는 좁은 골목길에서 칼부림하는데 쓰였다. 그러므로 휘두르고 베는 도검보다 좀 더 긴 리치를 가지고 찌를수 있는 한손 도검이 더욱 유리했을 것이다. 기존의 휘둘러 베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도검으로 공격하는 경우 빠르고 리치가 더 긴 레이피어의 찌르기 궤도에 자기가 몸을 던지는 꼴이 되기 십상이라는 점 또한 레이피어의 형성을 가속했다.
하지만 레이피어가 기존의 장검에 비해 항상 우세하다는 말은 아니다. 레이피어의 활약무대인 도심지의 호신 상황에서 중세식의 장검과 마주치는 일은 비교적 드물고, 레이피어라는 무기 자체가 그런 무거운 도검에 직접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장검에는 장검 나름의 장점이 있고, 레이피어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레이피어는 도심 환경의 호신과 결투라는 목적에 충실하게 개량되어나간 무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16세기에 이 새로운 '실험적인' 도검이 등장하고, 이것을 실제로 사용해서 목숨을 지키거나 빼앗는 것으로 성능을 입증하고 더 나은 형태로 개선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적인 형태의 가닥이 자리잡혀갔을 것이다. 당연히 검객들은 이 찌르는 기법을 중시하는 긴 한손 도검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연구했다. 16세기에 대두된 과학적인 무술의 풍조, "Science of Defence"은 어떤 검술 마스터 몇명이서 하룻밤 새에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개인의 결투에 촛점을 맞춘 사회적 환경의 needs에 부응하여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실전을 거쳐서 개량되고 개선되어나간 것이다.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검술 방법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레이피어와 르네상스 클래식 펜싱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 펜싱과 레이피어 검술은 비슷하다/같다.
레이피어 검술과 현대 스포츠 펜싱은 몹시 다르다. 스몰소드 검술은 모던 스포츠 펜싱의 직계 선조이므로 스몰소드 쪽이 차라리 현대 펜싱과 비슷하다.
레이피어 검술의 테크닉들 다수는 현대 펜싱에서는 반칙이다. 현대 펜싱은 손에 들고 있는게 다르고, 풋워크가 다르고, 종목에 따라서 공격 범위가 제한되고, 베던가 찌르던가의 공격법이 제한되기도 하며, 폼멜로 내리찍어도 안되고, 칼날을 낚아채도 안되고, 일부러 디스암 해도 안되고, 발차기도 안되고, 넘어트리고 밟는 것도 안되고, 왼손에 단도를 들어도 안되고, 칼을 던져도 안되고, 눈에 모래를 뿌리거나 침을 뱉어도 안되고, 상대를 푹푹 쑤셔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안된다. 대체 레이피어 펜싱의 어디가 현대 펜싱과 닮았는가?

♣레이피어는 갑옷의 빈 틈 등을 공략하는 검
근세의 검류와 중세의 방어구가 모두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에 억지로 꿰어맞추려다보니 생겨난 오류이다. 애시당초 레이피어는 갑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도검이니 갑옷을 상정하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만 1500년대, 1600년대에는 아직 전장에서 플레이트 아머가 사용되는 시대다. 이 시대에 운나쁘게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데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적과 마주치는 수도 있긴 했다. 박물관이나 일부 삽화에서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레이피어를 든 묘사를 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풀 하네스를 걸친 적과 마주쳤을때, 레이피어를 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튄다. 2) 총을 쏜다. 3) 도끼나 메이스로 갈긴다. 4) 창이나 폴액스로 후린다. 5) 레슬링을 건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만약 상대의 갑옷이 전신 풀하네스가 아니라면 레이피어로도 노출된 부분을 노려봄직 하지만, 애시당초 레이피어는 갑옷을 상대하려고 만든 무기가 아니므로 갑옷의 빈 틈을 공략하는 무기라고 말한다면 전제부터가 틀린 것이다.

♣매우 가느다란 검이다.
레이피어는 물론 그 당시에 사용되던 날이 넓은 사이드-소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얇지만, 회초리처럼 가느다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레이피어의 계보는 매우 넓기 때문에 생각보다 넓은 놈도 꽤 존재한다.

♣갑옷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는 행위 같은 건 그다지 하지 않았지만, 이후 펜싱이 발전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검으로 막고 그것을 흘려서 공격하는 것이 검술의 주류가 되었고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사용되는 검도 점점 레이피어와 같은 얇은 검으로 바뀌어갔다.
한국인들은 펜싱 하면 현대화된 올림픽 펜싱, 스포츠 펜싱만을 떠올리지만, fencing = swordsmanship = 검술이다. 펜싱이란 단어는 검술 내지는 검투, 무기를 이용한 싸움 전체를 말한다. 그래서 중세 검술에도, 고대 검술에도, 심지어 동양 검술에도 펜싱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중세 시대의 검술에서도 당연히 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 흘렸다. 중세 검술에도 평상시 맨몸 시에 칼 만을 들고 싸우는 blossfechten을 중요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상대의 검을 빗겨내고 쳐내는 패리와 카운터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었다.
레이피어의 등장은 막고 흘려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긴 칼을 이용해서 찌르는 검술의 등장과 시너지를 이루어 발전해나간 것이다.
 
♣레이피어는 에스터크에서 발전한 검이다.
찌르는 도검이라는 점에서 터크와 레이피어는 비슷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터크는 사슬 갑옷을 관통하거나 판금 갑옷의 빈틈이나 약한 부위를 쑤시기 위한 대갑주용의 무거운 양손 도검이다. 간혹 16세기 경에 존재하는 한손용 경량 터크의 예를 들어 레이피어와의 유사함을 역설하기도 하지만, 사실 한손용이라 할지라도 두 무기는 계보와 사용 목적이 아예 동떨어진 무기다. 에스터크의 사용법은 하프소딩 같은 중세 롱소드 검술과 크게 관련이 있다. 레이피어의 발달에 에스터크가 준 영향은 전혀 없으며, 사용법조차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둘 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말했듯이, 레이피어는 컷 앤 쓰러스트 소드의 계보에서 갈라져나온 것이다.

♣영화에서 레이피어를 쓰더라.
영화에 나온 것이 레이피어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삼총사나 조로 같은 영화에서는 레이피어의 후계자이며 좀 더 짧고 가벼운 스몰소드를 쓴 경우가 훨씬 많고, 아니면 근대 펜싱에 쓰던 에페나 포일 같은 것을 휘두르는 것이다. 영화 등에서 '진짜' 레이피어를 쓴 작품 자체가 드물고, 설령 레이피어를 쓴 영화라 할지라도 그 검술이 실제 16세기의 레이피어 검술인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 모던 펜싱이나, 끽해야 스몰소드 펜싱을 흉내낸 스테이지 컴뱃이다.

♣레이피어의 검술
각국에서 고유의 고전 펜싱을 개발해서 독특한 풍격의 차이가 있다.
16~17세기에는 이탈리아 펜싱이 가장 유명했는데, 이탈리아 볼로냐를 근거지로 하는 마로쪼와 여러 마스터들이 속한 다르디 스쿨과 아그리파, 디 그라시 같은 걸출한 검객이 기초를 닦았으며 17세기에 이름을 날린 살바토레 파브리스, 카포페로 같은 검객이 있다.
 

스페인 검술은 데스트레자라고 부르며 다른 나라의 검술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방식을 가진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카란자와 나베즈가 이 유파의 마스터.
프랑스에도 고유한 검술이 있으며 무슈 르아바가 마스터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료의 부족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는 않다.
영국의 레이피어 펜싱에 관한 사료를 남긴 마스터로 조셉 스웻남이 있다.
전통있는 독일 검술 계보에서 검술의 사료를 남긴 마스터들은 파울루스 헥터 메이어, 요아킴 마이어, 야곱 수토르처럼 롱소드 검술과 레이피어 검술을 함께 남겼다.

[참고]
en.wikipedia.org/wiki/Rapier
www.thearma.org/Youth/rapieroutline.htm
hemaalliance.com/discussion
www.swordsandarmor.com
www.lutel-handicra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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