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결말이 중요한 것은, 결말은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 주제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제의식 어쩌고를 떠나서 결말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 자신이 인물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산으로, 강으로 휴가 떠난 이야기가 되지는 않았는지를 노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절대 작가는 인물들에게 이끌려 이야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몇 권씩 시리즈가 이어지는 책일 경우, 결말이 없는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걷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게 되고, 일단 앞전에 출판이 되어 나간 이야기들은 ‘그렇게 쓰지 말걸.’ 이라고 뒤늦게 해봤자 도로 주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발한 상상으로 시작한 드라마나 소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황당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여러분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종종 보아왔다.
내가 공들여 쓴 이야기가 안드로메다로 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면 결말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꼭 하나의 결말만을 모색해 놓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여러 가지 엔딩의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글을 쓰는 내내 어떤 결말을 고를지 고민을 하면 된다. 작품 속의 인물들에게 휘둘린 작가가 되어 맥 빠지는 결말을 만들어내지는 말자. 엄청나게 긴 대하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면, 더욱 더 정해둔 결말은 필요하다.
물론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능숙하게 통제할 능력을 갖춘 베테랑 작가라면 구체적인 엔딩이 없이도 소설 쓰기를 진행할 수 있다. 결론을 짓지 않고 글을 시작하는 작가들도 많다. 직관과 감각이 뛰어나게 단련이 되어 있다면 내러티브를 만들어가며 결론을 잡아갈 수도 있다. 내러티브를 짜고 소설을 완성해 가는 동안 작가는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소설 쓰기에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꼭 일러두고 싶다.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에게 휘둘릴 수 있는 염려가 불쑥 든다면, 한 컷의 그림과 같은 대강의 엔딩을 만들어둘 것. 이것은 절대 자유로운 상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다. 오히려 정해둔 결말은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어디를 걷고 있는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침을 제공하는 이정표가 되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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