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berd. 또는 halbert로 쓰기도 한다. 14~16세기 사이에 널리 쓰인 폴암의 일종이다. 14~15세기 스위스의 군대가 매우 애용했기 대문에 swiss voulge라고 부르기도 한다. 길이는 그다지 긴 편은 아니라서 5~6피트 내외가 보통이다. (물론 폴암의 창대 길이는 쓰는 놈 맘대로기 때문에 크기 차이는 여러모로 날 수 있다.)
♣할버드의 어원 halberd라는 단어가 영어에 자리잡고 굳어지게 되는 것이 15세기 후반, 1485년에서 1495년 사이 정도라고 보여진다. 군사학자들은 1470년대에서 1530년대 사이 스위스와 독일 용병에 의해 전파되었다고 보고 있다. halberd나 halbert가 보편적인 스펠링이지만, 좀 고어에서는 holbard라는 스펠링이 보이기도 한다. 할버드라는 단어의 원어는 중세 프랑스어 hallebarde나 프랑스 고어 alabarde에서 온 것이다. 프랑스어 alabarde는 이탈리아어 alabarda와 동일한데, 이 단어들은 다시 독일어 MLG의 helmbarde나 MHG의 halmbarte에서 왔다. 즉 스위스-독일 단어에서 유럽 각국의 언어에 전파되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독일어에서 helm이나 halm은 손잡이, 장대를 의미하는 것인데, 올드 노스(북구 고어)의 방향타를 뜻하는 hjalm이 어원이다. 이것이 영국으로 건너가서 ME에서 helme, OE에서 helma가 되고 MHG에서는 halme, helm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MLG에서 barde, MHG에서 barte는 도끼를 의미한다. OHG에서는 barta나 parta라고 쓰는데 이건 인도-유러피언 언어에서 bhardh-ā- 에 어원을 두고 있는 단어로 보인다. 투구를 뜻하는 helm은 OE의 덮개, 뚜껑을 의미하는 helan에서 온 것이므로 장대를 의미하는 helm과는 어원이 다른데, 하지만 투구를 뜻하는 helm이 할버드의 어원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는 한다. 이 경우에는 "투구를 쪼개기 위한 도끼"라는 의미에서 helm + barte가 됐다라는 설이다. 일단 힘을 받는 정설은 장대 + 도끼이므로, 이런 설이 있다 정도로만 알아두자.
♣할버드의 성립 문헌 상에서 할버드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3세기 후반 트로이 전쟁에 대한 시를 쓴 독일 시인 콘라드 폰 뷔르츠부르크의 시에서 hellembarte라고 나온 것인데, 이 시는 1287년 이전에 쓰여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에서 실제로 할버드를 썼을 리는 없고, 그냥 폴암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인 모양이다. 할버드 같은 폴암들은 그 형태와 변형이 다양해서 원형을 추측하기가 어려운 일인데, 할버드 역시 어떤 계보에서 변형되어 나왔는지는 한마디로 장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취리히에 보관되어있는 9세기 벽화에 보면 목제 창대에 칼날을 달아놓은 것이 있는데 이것이 할버드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바이킹들이 잘 쓰던 바이킹 양손도끼에서 할버드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창과 칼날을 결합했다는 의견은 13세기에 남부 독일 지역에서 쓰이던 창에다가 가지치기 작업용 나이프나 칼날 같은 것을 달은 폴암이 할버드의 초기형이라는 의견인데, 이것도 그럴듯한 의견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장대에 칼날 달아놓은 것은 글레이브나 빌 계열로 보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좀 더 보편론이자 개인적으로도 더 무게있게 생각하는, 도끼에서 변형되었다는 쪽을 쫓아가보자.
도끼에서 변형됐다는 설을 따를 경우, 할버드의 원형은 보통의 도끼와 비슷한 형태였다. 평범한 작업용 도끼를 한번 보라. 자루를 끼우는 도끼구멍(eye)이 하나 있지 않은가? 초창기의 할버드도 이처럼 창대를 도끼 구멍에 관통시키는 형태였는데, 다만 보통의 도끼는 자루가 도끼날을 한번만 관통하지만, 할버드는 도끼날이 몹시 긴 편이었기 때문에 창대가 관통하는 구멍(고리)를 두개 만들어놓았다. 그렇다, 사실상 초창기 할버드는 도끼구멍이 두개 있는 도끼일 뿐이거나, voulge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형태에 가까웠다. voulge의 날은 좀 더 곡선적이라서 쪼개고 가르는데 치중하고 있는 반면에, 초창기 할버드의 도끼날은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형태에 창날 부분만 좀 튀어나온 정도라는게 구분이랄까. 1315년 모르가르텐 전투가 할버드의 데뷔랄수 있을 것이다. 모르가르텐의 유물부터 이제 좀 본격적인 할버드라는 모양새가 잡아지게 되는데, 14세기 할버드는 도끼날이 더 크고 직사각형에 무겁게, 그리고 도끼날 상부를 돌출시켜서 창날을 형태시켰다. 15세기에는 넓적하던 도끼날에서 군살을 빼서 도끼 다운 모양새를 내며 도끼날이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오블리크형이나 배가 튀어나온 컨벡스형이 등장하고, 16세기에는 도끼날의 체적은 더욱 작아지고형태도 등장한다. 보통 도끼처럼 중간의 배가 튀어나온 컨벡스형도 절단능력은 괜찮지만, 콘케이브 형도 대단한 커팅 파워를 내므로 도끼날이 작아지고 형태가 변하는 것은 단순히 장식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실용적인 관점에서의 변화라고도 보아야 할 것이다.
창날. 13세기까지는 할버드에 창날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14세기 부터는 도끼날의 상부가 점차 길게 튀어나와 본격적인 창날 형태를 형성한다. 때문에 처음의 창날은 창대의 연장선상에 배치되지도 않았고, 그 단면과 형태도 별로 찌르는데 적합하지는 않은 평평하고 폭이 좀 넓고 짧은, 전체적으로 불편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찌르는 기법이 중시되기 시작하면서 15세기부터는 길게 뻗어나오고 창날이 창대의 연장선상에 다가가기 시작하며 창날 단면도 중간부분이 불룩하게 솟아서 좀 더 송곳다워진 형태에 다가간다. 16세기에 이르면 창날이 더욱 길어지고 중간이 더욱 튀어나와서 창날의 단면이 다이아몬드형에 가까워지게 된다. 도끼날 반대편의 부리 형태가 튀어나온 것은 13~14세기에도 보이긴 하지만, 이 초창기 할버드의 부리는 도끼날의 윗쪽 도끼구멍에서 튀어나왔거나, 아니면 두개의 도끼구멍 사이 어디쯤에 따로 부착해서 붙이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부리 형상이나 고정도 좀 시원찮고 그다지 쓸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15세기에 관통형이던 창대 구멍이 끼워넣는 구멍 하나만 있는 소켓형으로 바뀌면서 도끼부리 역시 처음부터 도끼날 뒤편에 단조해서 한조각으로 만드는 형태가 되어 크고 단단해진다. 도끼날과 창날과 부리가 한 조각의 철에서 만들어진다는 할버드의 기본 형태가 완성된게 15세기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할버드는 두개의 도끼구멍으로 창대를 연결했었다. 창대를 끼우는 소켓은 15세기 들어서야 제 가닥을 잡게 되는데, 다만 창날과 창대를 끼우는 소켓이 일직선상을 이루는 것은 16세기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소켓이 삐딱하게 테이퍼진 형태가 보통이었다고 한다.
잘 만든 폴암에는 창대가 잘리거나 꺾어지고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langet이 항상 있는데, 헐버드 역시 띠 형태로 창대의 양 측면에(또는 4방향에) 있다. 처음에는 창대 위에 그냥 튀어나와 노출되는 형태였으나, 나중으로 갈수록 랑궷이 창대 안쪽에 매몰되는 형태를 보인다. 16세기에는 zwinge라는 움직일 수 있는 링을 소켓 근처에 끼워서, 창대를 끼고 랑겟을 창대에 못질한 다음에 zwinge를 창대 쪽으로 내려서 꽉 끼게 만들어 결속을 단단히 하기도 했다. 도끼머리 부위는 후대로 갈수록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가벼워지는 형태가 되므로 경량에 도끼날이 초승달처럼 콘케이브 형이며 장식성이 강한 할버드가 17세기의 보통 형태였으나, 17세기에는 기묘하게도 초창기 할버드와 유사하게 무겁고 크게 생긴, 일명 Sempach 타입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의장용과 경비용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창날의 반대편 창끝(butt) 부분을 보강하는 금속캡. 폴액스는 버트캡이나 버트스파이크를 꼬박꼬박 갖추는 편이지만, 어쩐지 할버드에서는 찾아보기가 좀 어렵다. 17세기 할버드 유물에서는 간간히 보이긴 한다.
♣할버드의 사용법 휘둘러 베는 도끼날, 찌르는 창날, 찍고 걸어당기는 부리를 갖춘 장대무기이기 때문에 그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창날이 긴 형태는 찌르기 기법을 창에 손색없이 다룰 수 있고, 휘두르고 걸어서 파이크 진을 무너트리는데 쓸 수 있으며, 기병에 대해 창대세우기를 하거나 부리로 걸어서 말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고, 난전 시에는 도끼머리 뿐만 아니라 창대를 이용해서 다양하게 공격할 수 있다. 중세/르네상스 시대 독일, 이탈리아의 검술 마스터들은 검술 뿐만 아니라 폴암 류를 다루는 기법도 가르쳤는데, 할버드 기법은 폴액스와 거의 동일하게 사용되며 스테프 기법과도 많은 관련이 있으므로, 기법 연구용 검술 사료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할버드를 명확하게 거론한 마스터는 파울루스 헥터 메이어를 들 수 있다. 그의 책에서 할버드는 hallenparten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며 일러스트에서 버트캡이 없는 할버드의 특징을 뚜렷이 드러낸다. 스위스가 유럽에서 할버드를 가장 애용한 국가였는데, 부르고뉴 전쟁에서 죽은 부르고뉴 공작 용담공 샤를은(아마도 스위스의 농민이 휘둘렀을) 할버드에 머리가 찍혀서 죽었다. 스위스식 장창진 기법을 채용한 독일 란츠크네히트 역시 쯔바이핸더와 함께 할버드를 좀 사용했고. 장창진의 시대에 할버드는 적 창대를 걷어내고 사수를 보호하고 난전 시에 날뛰고 깃발을 지키는 등 전투용, 의장용, 경비용의 성격을 두루 겸한 만능의 무기였으나, 파이크 앤 샷 기법이 발전하고 총포의 화력과 비율이 올라가면서 별도의 할버디어를 두는 것보다는 그 머릿수를 창병이나 아케부셔로 두는게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아서 16세기 중반 쯤부터 전장에서 도태되어버린다. 할버드가 필요하던 접전을 대비해서는, 그냥 창병이나 총병이 예비용 도검을 휴대하면 그만이고. 하지만 경비용이나 의장용 무기로서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18세기까지도 부사관 등이 휴대한 경우가 있으며, 바티칸을 지키는 스위스 가드는 현재도 할버드를 의장용으로 애용하고 있다.
♣할버드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영어로 halberd, 또는 halbert는 할버드, 할버트(또는 핼-) 등으로 읽는다. 좀 늘여서 발음해도 하울버드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어로 할베르트라고 읽는다는 헛소문이 흔히 퍼져있는데... 웬지 "-베르트" 라고 하니까 독일어스러워서 그럴싸하긴 하다. 근데 현대 독일어로 할버드는 hellebarde라고 쓰고 헬르바드나 헬리바드에 가깝게 발음한다. 심지어 MHG으로 helmbarte로 쓴다고 해도 헬름바르트나 헬므바르트 정도가 되므로, 그래서 할베르트라고 읽는다는 말은 낭설. 프랑스어에서 h는 묵음이므로 시작부터 틀리고, 이탈리아어는 아예 "알라바르다"로 발음. 할베르트는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참고] European Weapons and Armour from the Renaissance to the Industrial Revolution by Ewart Oakeshott The Halberd and Other European Polearms by George A. Snook en.wikipedia.org/wiki/Halberd de.wikipedia.org/wiki/Hellebarde forvo.com/word/hellebarde/ archive.org/stream/centurydictionar04whituoft/centurydictionar04whituoft_djvu.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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