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식 축구팀 중 클레이모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팀(Scottish Claymore)도 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세 스코틀랜드의 전사 하이랜더(highlander)들이 사용한 양손 검(two-handed sword) 클레이모어(Claymore)다.
클레이모어. 16세기 스코틀랜드 하이랜더들의 검이다. 롤플레잉게임이나 판타지게임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사진은 현대에 제작한 복제품이다.
<출처: (cc) Søren Niedziella>
♣스코틀랜드 전사의 검, 클레이모어
클레이모어는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스코틀랜드의 전사, 하이랜더들이 사용한 양손 검의 이름이다. 클레이모어의 어원은 게르만어 ‘클레이드헴 모르(claidheamh mor)’에 기원을 두고 있다. 게르만어로 원래 클레이드헴(claidheamh)은 검을 의미하고 모르(mor)는 크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클레이모어는 큰칼, 즉 양손 검을 말하는 것이다.
클레이모어는 군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양손 검의 마지막 전성기를 상징하는 검이다.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양손으로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는 전사, 하이랜더는 무적이었고 적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당시 검을 들고 싸우는 1대1 근접전투에서 하이랜더를 이길 수 있는 적수는 최소한 서유럽에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레이모어는 동시대 다른 양손 검보다 크기는 작고 무게는 가벼웠지만 날카로운 칼날과 베기 위주의 빠른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에 숙련된 전사라면 무엇이든 단 일격에 베어버릴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클레이모어는 5,000년 이상 지속된 검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검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다만 클레이모어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기간이 필요했고 장점 못지않게 단점 역시 많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의 전사, 하이랜더 이외에 이 검을 전장에서 주력무기로 사용한 군대는 없다.
1890년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클레이모어와 쇠사슬갑옷 삽화.((좌)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16세기 석조 부조의 주인공이 가슴에 품고 있는 클레이모어(우).
<출처: (cc) Kim Traynor at Wikipedia.org>
클레이모어 같은 양손 검으로 베기 위주의 빠른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방패나 갑옷 같은 방호구는 방해가 된다. 하이랜더들은 거의 맨몸에 가까울 정도로 방어는 최소화하고 철저한 공격 위주의 전술을 구사하여 검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이는 첫 공격이 실패했을 때 적의 반격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차이점은 든든한 갑옷을 착용하는 것을 전제로 방패를 놓을 수 있는 다른 양손 검의 검술과 클레이모어의 검술이 서로 다른 이유가 됐다. 하이랜더를 용맹하다 볼 수 있으나, 스코틀랜드의 낙후된 경제와 거친 지형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용맹해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클레이모어의 크기와 형태
하이랜더들이 사용한 클레이모어는 그 크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생산시기와 검을 만든 장인이 누구냐에 따라 길이 1∼1.9m, 폭 0.2∼0.3m(크로스가드 기준, 날의 폭은 다양), 무게 2∼4.5㎏까지 다양하다. 보통 길이 1.4m, 손잡이 길이 0.3m, 무게 3㎏ 내외의 것이 가장 널리 사용됐으며 칼날의 폭은 손잡이 부분은 넓고 칼끝으로 갈수록 좁아져 그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손잡이와 칼날 사이에는 15~20㎝ 내외의 크로스 가드(Cross-guard)가 붙어있고 그 끝에는 네잎클로버 형태의 구멍 뚫린 장식이 있으며, 손잡이 끝에는 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무게 추(pommel)가 있는 것이 전형적인 모양이다. 다른 형태로는 곡선 형태의 크로스가드와 대합조개 껍질처럼 생긴 손 보호대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검에 부족의 상징이나 동물 등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화려함보다는 무기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 [하이랜더]에 쓰인 클레이모어의 복제품. 전형적인 클레이모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출처: (cc) Calymore at Wikipedia.org>
중세 서양 검의 부위별 용어. <출처: (cc) Stannered at wikipedia>
♣영화와 게임 등을 통해 친숙한 클레이모어
클레이모어가 전장에서 사용된 시기는 불행히도 총•포로 대표되는 화약무기가 전장에 등장해 점차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영국의 지리적 특성과 스코틀랜드인 특유의 용맹함, 여기에 무기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장점이 결합되면서 클레이모어는 명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클레이모어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영화 [하이랜더 Highlander](1986년)와 [브레이브 하트 BRAVEHEART](1995)의 영향이 크다.
이들 영화 속에서 클레이모어는 주인공이 사용한 소품에 불과했지만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전사의 검’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하이랜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나 TV드라마 혹은 롤플레잉게임(Roll Playing Game)이나 판타지게임(Fantasy Game) 등에서 클레이모어는 주인공이 사용하는 전사의 검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영화 [하이랜더]는 실제 역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허구의 이야기이며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경우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사용하는 검을 클레이모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클레이모어를 유명하게 만든 두 영화 [하이랜더]와 [브레이브하트]의 포스터, 그러나 주인공들이 든 검은 검은 전형적인 클레이모어와는 형태상 차이가 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노르만족이 장악한 영국 왕실에 대항해 스코틀랜드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윌리엄 월레스(Willam Wallace•127?~1305)와 스코틀랜드 하이랜더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영화는 1297년 벌어진 스털링(Stirling) 전투에서 월레스가 이끄는 스코틀랜드 독립군이 클레이모어를 사용한 특유의 돌격 전법으로 에드워드 1세의 잉글랜드 군대를 격파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랜더의 클레이모어가 실제로는 월레스와 스코틀랜드 하이랜더들의 항쟁 2세기 이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스코틀랜드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월레스의 검 역시 보통의 클레이모어와는 차이가 있다. 영화 [하이랜더]와 [브레이브 하트]에서 소품으로 등장한 클레이모어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