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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검 15장 - 쇼텔 (Shotel)
AD 樂지운영자  
Shotel. 아비시니아 지방(에티오피아) 전통 도검이다.
버튼 경의 주장으로는 대략 고대 이집트계 도검인 Khopesh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에티오피아는 성서에서도 등장하니까 꽤나 유서깊은 동네긴 하지만 도검까지 유명할 이유는 없는데, 동아프리카의 칼이 국내에서 이렇게 유명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 도검의 특이한 사용법과 국내에 소개된 어떤 책 때문이 아닐까.

 
♣Shotel의 어원
쇼텔의 어원은 암하라어인거 같은데, 확실치가 않고 사료도 없어서 곤란하다. 요즘 들어 왠지 원어 발음이 많이 신경 쓰이지만, 내게 아비시니아 지방 도검을 소개하는 전문서적이나 암하라어 사전 같은 것이 없다보니 그냥 적당히 쇼텔로 부르겠다.
 
 
아비시니아 지방에서는 암하라어, 티그라냐어, 그으즈어 등등 여러 언어가 사용되고 같은 언어도 서로 약간씩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발음과 어원을 확신하기 어렵다. 대게 에티오피아/에트레이아 지방에서 직선형 검은 Sief (아랍어 Saif와 유사), 약간의 곡률을 가진 곡도는 Gurade나 Gorade라고 한다. 암하라어로는 직검이든 곡검이든 Gorade라고 하는거 같은데, 서양에서는 왠지 에티오피아산 소드/세이버를 Gurade라고 싸잡아 부르고 있는듯... Gurade보다 곡률이 심한 도검은 암하라어든 티그리냐어든 Shotel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또한 쇼텔은 큰 단검을 뜻한다는 말도 있어서 나이프를 칭하는데도 쓰이기 때문에 낫과 닮은 쇼텔만을 특정짓는 말은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는 그냥 칼날 달린 도구나 작업용 나이프 따위에 쇼텔이란 단어를 붙여 부른 기록도 있다. 쇼텔 형상의 도검을 두고 그냥 도검을 뜻하는 shamla라고 지칭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아비시니아 지방 전통도검인건 확실한데 그 기원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알 수가 없다. 18~19세기 앤티크나 에티오피아 지방에서 찍어온 사진 등은 찾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 이전에는 언제쯤 형성되고 분화됐는지는 사료가 불분명. 도검을 분석하려면 이 부분이 졸 중요한데 이에 관한 사료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쇼텔의 형상과 특징
쇼텔은 마치 낫처럼 생긴 상당한 곡률을 가진 만곡검(劍)인데, 만곡도(刀)가 아닌 이유는 양날이 섰기 때문이다. 칼날은 25인치 내외 정도가 보통인데 긴 것은 40인치 정도까지도 있는 것 같다. 낫과 닮은 형태인데, 그냥 낫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선낫 같은걸 떠올면 안되고 서양의 낫(sickle)처럼 생겼다. 조선낫 같은 경우에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날이 손잡이와 90도로 꺾어지게 되지만, 서양의 낫은 초생달을 붙여놓은 것처럼 생겨서 날의 끄트머리가 손잡이에서 뻗어나온 연장선 상 쯤에 놓이거나 그 연장선을 통과하게 된다. 쇼텔 역시 그렇게 생겨먹었다. 휘어있는 각도가 좀 더 기울어서 조선낫에 가깝게 많이 기울어있거나, 칼끝이 손잡이 연장선상을 많이 넘어간 형태도 간혹 보이는것 같지만 소수. 휘어있는 정도가 아주 심한 것도 있지만 작은 것도 있다. 버튼 경이 본 쇼텔은 곡률이 제법 컸던 모양이고 그 영향을 받은 도검서적에서는 매우 곡률이 큰 것처럼 표현하며, 이탈리아가 이 지역을 침공했을 20세기 초중반의 사진에서도 상당히 곡률이 큰 것이 발견되지만, 반면에 19세기~현대의 쇼텔 앤티크에서 만곡률이 영 시원찮은 것도 제법 보인다. 이게 무슨 경향성이나 이유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단면은 납작하거나 다이아몬드형이 보통. 풀러가 있는 것도 있지만, 풀러를 아주 얕게 모양만 여러개 내놨거나 아예 없는 것도 있고, 반대로 검신 중앙에 리브가 튀어나와있는 경우도 있다. 크로스가드 같은건 없는게 보통, 대신에 그립의 위아래 끝의 폭이 넓어지는 형태. 그립은 거의 대부분 목제지만, 가끔 뿔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칼날이 매우 커다란 경우라도 그립은 한손용 크기로 작기 때문에 한손도검이라고 할 수 있다. 퍼멀 부위에 디스크가 박혀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립을 관통하는 탱을 고정하는데 쓰이는 것이 보통.
전체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대충 만든 저품질 도검이다. 옛날에도 얼마나 품질이 시원찮았는지,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온 사절 겸 선교사 Francisco Álvares와 만난 아비시니아 안이 원한 것이 유럽제의 좋은 도검이었다고 한다.
 
쇼텔의 사용법
보통의 곡도처럼 휘어있는 바깥쪽을 주로 사용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정 반대로 안쪽이 주 엣지다. 그래서 낫처럼 쥐게 된다. 사실상 서양 낫 모양의 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할지도. 곡률이 심한 쇼텔처럼 생겨먹은 도검이 공격해온다면, 칼로 패리한다고 생각하면 좀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쇼텔을 이야기할 때 제일 골치 아픈 부분은 이 도검이 방패를 상대할 때 베거나 휘두르는 기법이 주기법이냐는 점인데. 일부 책에서는 쇼텔을 단순히 커팅 웨폰이라고 쓰고 방패에다 휘둘러서 모서리를 건너 친다고 표현하고 있으며 세간에는 이것이 보편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쇼텔이 방패 상대하는 기법이 휘두르는 것일까? 글쎄올씨다. 방패 상대할 때 견제의 의미로 휘둘러 두들기는거야 흔히 있는 일이지만, 쇼텔을 방패 모서리에 대고 휘두르면 방패를 넘어서 상대방을 타격한다는 것은... 뭐 상대가 허술하게 들고 있다면야 그렇게 칠 수도 있겠지마는, 보통 방패란 것이 몸에 딱 붙이는 것이 아니라 좀 내밀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쇼텔이라 할지라도 곡률이 제일 심한 부분이 방패에 걸려봤자 칼끝이 방패 너머의 상대 몸통을 제대로 타격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곡률이 크지 않은 쇼텔도 흔히 있기 때문에 곡률을 이용해서 휘두른다는 이론에 한계가 좀 있다. 곡률도 작은데다 크기도 작은(25인치 급) 쇼텔이라면? 때문에 요즘에는 방패 상대로는 휘두르기보다는 찔러 쑤시거나 후비고 당기는, 쑤시는 것도 똑바로 찌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검의 곡률을 이용해 마치 낫이나 갈고리를 후비고 쑤시는 용법으로 풀이하는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thrusting/hooking/tip-cutting 정도랄까? 칼을 든 팔을 내밀어 방패의 모서리에 밀어붙이듯이 찌른다면, 방패가 걸려도 그냥 모서리에서 밀고 들어가거나 지렛대처럼 움직여 후비고 쑤신다는 것이다. 주로 폐나 신장 같은 옆에서 찌르기 좋고 한번 찔리면 치명상이 입는 부위를 노리게 된다.
방패 상대에 대한 내 의견은, 곡률이 크고 대형의 쇼텔이라면 휘두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쑤시고 후빈다 쪽에 비중을 더 둔다는 편이다. 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쇼텔을 방패에 대고 휘두르는지 찌르는지 자체부터가 의심스럽다. 내가 접할 수 있는 제일 앞선 1차 사료는 리처드 버튼 경의 1884년 책인데, 버튼 경은 에티오피아 지역은 당연히 다녀온 대단한 모험가이므로 직접 쇼텔을 목격했을 거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책에서는 쇼텔과 방패의 연관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후대에 나온 책들에서 쇼텔을 방패에 대해 쓴다고 언급한 경우에는 그 기법의 출처에 대한 신뢰할만한 근거를 내놓은 것을 못봤고. 버튼 이후의 책 중에서 이른 것은 1906년 H. S. 카우퍼가 쓴 The Art of Attack에서 쇼텔과 방패를 언급하는데, 카우퍼의 책은 그냥 당대의 글을 짜깁기 하고 (버튼 경 책을 참고한다던가) 자기가 대충 일러스트 그린 거라서 1차 사료가 아니다.
사실 아비시니아 지역의 사람들은 도검보다는 창과 방패를 주 무장으로 써왔으며, 에티오피아에는 쇼텔 사용하는 특별한 검술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검술 정해놓은 것도 아닌 만큼, 양날도검이므로 상대 몸이 비어있다면야 당연히 휘둘러 베고 타격할 수 있다. 그리고 휘둘러 벤다면 일단 주로 사용하는 날이 안쪽이긴 하지만, 바깥쪽 날로도 못벨 이유는 없고... 방패에 휘두르고 싶다면 휘둘러도 좋고 걍 칼자루 쥔 놈 맘이다.
단지 곡률이 심하지 않은 쇼텔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방패 상대로 휘두른다는 것보다는 찌른다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다.
참고로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흔한 방패는 나무로 만들거나 코끼리, 하마, 물소, 코뿔소 따위의 가죽을 덮어씌워 만든 중앙쪽으로 갈수록 돌출되는 렌즈형 원형 방패인데, 간혹 모서리 부분도 꺾어서 튀어나오게 처리한 형태도 있다. 사이즈는 직경 50cm 내외의 버클러보다는 크지만 대형 방패는 아닌 정도. 그리고 그립은 센터에 하나만 있는 듯하니 센터그립 형처럼 쓰는 것 같다. 가난하면 그냥 장식 없는 방패지만, 부자 전사는 귀금속으로 장식하거나 사자털을 달아 장식한다고.

[참고]
odukhu.egloos.com/2485047
en.wikipedia.org/wiki/Shotel
oriental-arms.co.il/search.php?q=shotel&s.x=0&s.y=0
The Book of the Sword (1884) by Richard Francis Burton
The art of attack. Being a study in the development of weapons and appliances of offence, from the earliest times to the age of gunpowder (1906) by Henry Swainson Cow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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