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의 몽고족이 유럽을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기마민족 특유의 신속성과 기동성있는 전투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일단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면 육지를 잘 공략해야 했다. 반도나 섬일 경우 해상력도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대부분 지상전이 승패를 갈랐다. 그들은 지상에서 수련할 수 있는 무예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말을 달리는 무예를 익혔다. 따라서 말을 타는 무사는 상당 수준의 무예를 겸비하게 됐다. 자동차, 비행기등 교통수단이 점차 발달하면서 마상무예는 자취를 감춰갔다.
최근엔 서양의 승마가 들어와 일부계층의 취미 정도로 보급되었을 뿐 우리의 말타기 기술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마상궁술(일직선으로 달리며 활쏘기)이 보존되어 중요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영국에는 마상창술학교가 있으며, 몽고에도 마상요도가 전해져 조그마한 행사에까지 단골메뉴로 대접받고 있다. 일제시대등을 거치면서 거의 잃어버렸던 우리의 마상무예가 최근 재현되어 보급되고 있다. 동양무술을 두루 섭렵한 김영섭(37)씨에 의해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90년부터 4년여에 걸친 재현작업 끝에 지난해 10월 마상무예시범을 보이게 됐다. "무엇보다 우리의 마상무예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이 사용했던 몽고마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그는 말 수입업체인 파오랜드의 협찬을 받아 몽고마 40여필을 구한 뒤 재현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우선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마상 4기(마상재와 격구는 제외)를 기초로 12가지 마상무기술을 재현했다. 김씨는 "마상무예가 상당한 수준에 달해야 구사할 수 있는 격구시범도 곧 선보일 것"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께에는 군마제를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포천(5천평)과 제주도(15만평)에 수련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40,80여 마리의 말을 기르고 있다. 여느 무예와 달리 말을 타야하는 부담 때문에 지금은 20여명의 제자에게만 전수하고 있다.
♣마상무예란
권법은 기본이며 말, 사람, 연무 3위일체 빠른 속도 이영 파괴력, 순발력 구사 마상무예는 말, 사람, 연무 등 세가지가 일체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삐끗하면 사람이 다치거나 말이 다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상무예를 하기 전에 권법과 각종 무기술 등 이른바 '지상무예'를 익혀야 한다. 그래서 마상무예를 '무예의 꽃'이라고 부른다. 무예의 마지각 수련과정이란 뜻이 담겨 있다. 지상무예를 익힌 뒤에도 말을 타기 전에는 최소한 한달정도 말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사람과 말이 서로를 익히는 과정이다.
특히 마상무예에서 사용하는 몽고마의 경우 야생성이 강해 길들어졌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일단 말에 돌라타면 마상재를 수련한다. 마상재는 말을 달리면서 몸을 숨기고, 안장 위에 올라서고, 배에 붙었다가, 옆에 붙었다가, 뒤로 눕는 등 마치 서커스를 연상하게 하는 기술이다. 마상무예에서 사용하는 말의 안장도 이처럼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데 편하도록 앞뒤에 방어대가 있다. 유럽식 안장은 승마용으로 앞에만 방어대가 있다. 앞뒤 방어대는 고구려벽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상재에 익숙해지면 비로소 마상무예를 닦는다. 마상무예는 요도(달리며 베기에 용이하도록 초승달처럼 둥글게 만들어져 있는 칼), 단창(짧은 창), 궁술(활쏘기), 곤, 쌍창, 쌍검, 월도(관운장의 청룡언월도로 유명한 무게 5kg의 칼), 부(도끼), 비표(표창), 낭아곤(낭선창이라고도 한다. 봉의 양끝이 늑대이빨 모양으로 여러갈래 갈라져있는 1m80cm 크기의 봉), 편곤(긴봉에 짧은 봉이 매달려 있는 도리깨 형식의 봉), 마상투호(말을 달리면서 병 속에 화살을 넣는 경기)등이다. 기본적으로 마상무예는 빠른 속도를 이용, 순간적인 동작으로 파괴력과 순발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상무예 복장은 중의적삼에 파풍(바람막이 옷)을 걸친다.
[참조]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락지 기획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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