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과 여산 부부는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영험하고 수덕(修德)이 좋다는 절을 알게 되어 그곳에서 기자치성(祈子致誠)을 드린 뒤 지장아기씨를 낳게 된다. 지장아기씨는 한 살 나는 해에 어머니 무릎에서 노닐고, 두 살 나는 해에는 아버지 무릎에서 노닐다가, 세 살 나는 해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무릎 위에서 노닐게 된다. 그러나 네 살 나는 해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섯 살 나는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더니 급기야 여섯 살 나는 해에는 어머니까지 돌아가시어 천애고아가 된다.(어떤 이본에는 지장아기씨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무릎에서도 노니는 장면이 나오며, 마찬가지로 외조부모도 모두 돌아가시는 것으로 나온다)
지장아기씨는 할 수 없이 외삼촌 댁으로 수양을 가게 되지만 개밥그릇에 밥을 먹어야 하는 구박을 받고 살게 된다. 하지만 옥황의 부엉새가 밥과 옷을 주면서 키워 내고, 지장아기씨의 착한 성품이 널리 알려져 결국 십오 세 때에는 서수왕 문수의 댁에서 혼인을 맺자고 연락이 온다.
지장아기씨는 시집에서 사랑을 받아 전답과 마소 재산을 모두 물려받고 아들까지 낳는다. 그러나 열여섯 나는 해에 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열일곱 나는 해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열여덟 나는 해에는 시어머니까지 돌아가신다. 설상가상으로 열아홉 나는 해에 남편과 아들까지 죽는다. 자신의 팔자를 탓하며 지장아기씨는 시누이의 집으로 가지만 시누이는 죽일 말 잡을 말을 해가며 지장아기씨를 몰아친다. 지장아기씨는 하는 수 없이 살림살이를 두고서 자신이 한두 살에 입었던 옷을 들고 주천강 연못에 빨래를 하러 나갔다가 길 가던 중을 만나 자신의 사주팔자를 봐 달라고 한다. 중은 지장아기씨에게 사주의 초분은 좋으나 말분은 나쁘다면서(이것은 이본마다 다르다. 초분이 나쁘고 말분이 좋다고 하는 것도 있고, 초분이 좋으나 중분은 나쁘고 말분이 좋다는 것도 있다) 돌아가신 친부모와 시부모, 남편, 아들을 위해 전새남굿과 후새남굿을 하라고 한다. 지장아기씨는 그 길로 뽕나무를 심고 잎을 거두어 누에 밥을 주어가며 명주실을 잣는다. 그 명주실로 신이 내려올 때 놓을 명주다리를 만들고, 악기의 끈을 만들고, 시주 받을 쌀을 담을 부대자루도 만든다.
지장아기씨는 송낙과 장삼을 걸치고 다니면서 쌀을 시주 받고, 그 쌀로 굿에 쓸 떡까지 만든다. 갖출 것을 모두 갖추어 죽은 가족들을 위해 굿을 올린 지장아기씨는 죽어서 새[鳥]의 몸으로 환생한다. 머리로 나는 건 두통새, 눈으로는 흘그새(흘깃흘깃하는 새), 코로는 악심(惡心)새, 입으로는 혀말림새(부부살림을 갈라놓는 새), 가슴에는 이열새(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새)가 난다. 여기까지가 지장아기씨의 일생담이다. 그리고 이를 모두 구송한 심방은 “이 새가 들어서 풍문[風雲]에 조화(造化)를 불러나 주더고, 요 새를 리자(쫓자) 주워라 휠쭉”이라는 말과 함께 새를 쫓는다. 그리고 들어오는 액(厄)을 막아 달라는 기원으로 <지장본풀이> 구송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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