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는 시베리아·중국·한국·일본 등의 북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샤머니즘이 종교생활의 중심을 차지했다. 샤머니즘은 특이한 영력을 지닌 샤먼이라는 주술사가 신내림을 받아 자유자재로 신령과 교류하면서 여러 가지 신력을 행하는 것으로서, 주술사나 주의(呪醫)가 활약하는 원시적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앙의 형태이다. 북방 아시아의 샤먼은 가면이 없으며, 샤먼이 반드시 가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면을 가진 샤먼에게는 그것이 큰 의미와 역할을 담당한다.
현존하는 샤먼의 가면으로 가장 흥미를 끄는 것 가운데 하나는 에스키모의 가면이다. 샤머니즘의 힘이 매우 강한 에스키모 문화에서는 신들린 상태의 샤먼이 하늘 높이 또는 땅속 깊이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면서 선령·악령과 교제하는데, 이때 악령이 얼굴을 알아 보지 못하도록 가면을 사용했다. 어떤 가면은 몸 전체를 가릴 수 있도록 짐승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것은 1장의 헝겊을 얼굴 앞에만 늘어뜨리도록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스키모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각각의 정령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이누아'라 부른다. 가면에 표현되는 이누아의 형상은 샤먼이 신들린 상태에서 본 몽환(夢幻)의 이미지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우 환상적이고도 자유로운 풍취를 느끼게 해준다. 옛날에는 몽환을 본 샤먼이 그 형상을 만들어내는 일까지 직접 맡았었다. 예리함과 섬세함을 겸비한 이들 가면은 매우 신비적이며 이상할 만큼 가볍다.
북아메리카 남서부 주)푸에블로 인디언의 샤먼은 두건처럼 푹 덮어 쓰도록 만든 독특한 양식의 가면을 간직하고 있다. 부족민들은 이 가면에 주)'카치나'라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평소에도 소중하게 단지 안에 밀봉해 특별한 집에 보관하고 샤먼이 관리한다. 해마다 샤먼은 구름과 비의 영, 별과 대지의 여신, 하늘의 신 등을 나타내는 '카치나 가면'을 쓴 춤꾼과 함께 풍년을 비는 정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한다. 푸에블로 인디언에게 최초로 비를 내려준 카치나는 그후 사막의 땅밑에 살게 되어 그들을 떠나 갔지만 그때 가면을 남겨두고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가면을 쓴 춤꾼은 비를 오게 하려고 되돌아온 카치나의 화신으로 간주된다.
이들 가면은 원통형으로 머리 전체를 푹 덮어 씌우고도 어깨까지 닿으며 무두질한 가죽, 오래된 안장, 생가죽 등으로 만드는데, 사람의 얼굴을 본떠 양털이나 말털로 머리카락도 만들어 붙인다. 또 이들 가면에는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횐 독말풀 꽃이나 깃털·구슬·모피 등으로 장식을 하기도 했으며, 다채롭게 채색을 했다. 카치나 가면은 특히 형태에 따라 성별이 있어 둥근형의 머리는 남성을, 모난형의 머리는 여성을 나타낸다.
병을 고치는 주술사는 특별한 카치나 가면을 사용했다. 북아메리카 북동부의 이로쿼이 연합에 속하는 세네카족·오논다가족·가우가족의 부락에서는 가면을 쓴 비밀결사가 병마를 쫓아내는 주술적 의료행위를 했다. 결사의 성원들은 질병을 불러온다고 전해지는 가하도고가·고고사 등의 악귀를 가면으로 만들어 썼는데, 참피나무로 만들어야 생명이 깃든다고 여겨 가면을 만들기 전에 먼저 참피나무에게 잘라내도록 허락을 청하는 주술의식을 행했다. 그뒤 벌목을 하지 않은 채로 살아 있는 나무에 직접 가면의 형상을 새긴 다음 기도를 드리고 제물로 담배를 바치면, 마침내 가면에 깃들려는 숲의 정령이 눈 앞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그 정령의 모습대로 가면이 완성되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나무에서 가면을 파내 말갈기 따위로 머리카락을 만들어 붙이고 혼을 불어넣는 의식을 행한 뒤 의료행위에 사용했다. 이밖에 '옥수수껍질 집단'에서도 다른 형태의 가면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며, 콩고 지방에서도 주술사들이 주력이 응고된 듯한 을씨년스런 형상의 가면을 사용한다. 샤먼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가면은 그 자체에 병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여겨져 널리 이용되었다. 그 일반적 형태는 특정한 질병을 상징하는 가면을 쓴 사람이 춤과 음악으로 환자에 붙어 있는 병을 떼어내 가면에 옮겨 붙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북아메리카 남서부의 나바호 인디언은 샤먼이 모래 그림으로 병을 치료한다고 믿었으며, 특히 역질(疫疾) 퇴치를 위해서는 군신(軍神) 가면을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질병 예방을 위해 아이들에게 홍역·천연두·콜레라 가면 등을 쓰게 했다. 질병의 악귀를 쫓는 가면이 번성한 곳은 스리랑카로서, 가면의 종류가 모두 19가지나 되며 귀머거리도 가면의 힘으로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푸에블로 인디언(Pueblo Indians)
선사시대 아나사지족의 후예.
미국 애리조나 주 북동부와 뉴멕시코 주 북서부 곳곳의 푸에블로(스페인어로 '읍', '촌락'라는 뜻)라는 밀집된 영구 정착지에서 살았다. 선사시대의 아나사지족 사이에 지역적인 다양성이 존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푸에블로 인디언 사이에서도 문화적·언어적 다양성이 존재한다. 현대의 푸에블로 인디언은 동부와 서부 집단으로 나뉜다. 동부 집단은 리오그란데 강 유역 뉴멕시코의 모든 푸에블로 인디언을 포함하며, 서부 집단은 애리조나 북부의 호피족과 뉴멕시코 서부의 주니족·아코마족·라구나족을 포함한다. 언어적으로 이들은 4개의 집단으로 구분되며 다시 몇 개의 소집단으로 나뉜다. 동부 집단은 테와어와 케레스어를 사용한다. 테와어는 유토아스텍어와 약간의 관련이 있으나 케레스어의 경우는 다른 언어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서부 집단 가운데 아코마족과 라구나족은 케레스어를 사용하며, 주니족은 페누티어족에 속하는 호피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호피족 가운데 리오그란데 강 유역에서 피신한 테와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하노 부락에서는 다른 언어가 쓰인다.
푸에블로 인디언은 기본적으로 농경에 의존하나 농법 및 토지소유의 형태는 집단마다 다양하다. 리오그란데 강 유역에서는 하구의 관개지에서 옥수수·목화 재배가 이루어진다. 오늘날에는 남자들이 모든 농사일을 하지만, 예전에는 사냥을 중요시하여 여자들이 농사일을 했다. 이 지역의 푸에블로 인디언 사회에는 산악지대에서 사슴과 영양을 사냥하는 특별한 수렵공동체가 있었으며, 타오스족이나 피쿠리스족 같은 동부 집단들은 가끔 평원에서 들소를 사냥하기도 했다. 푸에블로 인디언은 공동체 단위로 토끼를 사냥했으며, 여자들은 야생식물을 채집했다. 호피 인디언을 비롯한 서부 집단 사이에서는 기후가 건조하여 농경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스페인인들과 접하기 전 푸에블로 인디언의 각 부락은 종교지도자들의 회의체를 통해 자치적으로 다스려졌다. 부락의 종교집단은 지하 의례실이자 남자들의 사교를 위한 공간 역할을 했던 키바(kiva)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스페인인이 들어온 후 선출된 관리가 1년 동안 마을의 우두머리가 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유럽인들과 접하면서 원래 80여 개에 이르던 푸에블로 부락의 수가 25~30개로 크게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푸에블로 인디언은 평화를 애호했다. 그러나 1680년 테와족의 포페 지휘하에 모든 푸에블로 인디언이 봉기하여 12년에 걸쳐 스페인인들을 영토에서 완전히 몰아냈는데, 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대(對) 백인투쟁사에서 필적할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승리였다.
오늘날 푸에블로 인디언의 생활은 푸에블로의 강한 신정(神政) 전통에도 불구하고 정치 단위이기도 한 촌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부 집단에는 씨족과 혈통집단 외에 특정한 씨족의 지배를 받는 비밀결사체가 있어 부족의 번영과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거행한다. 부족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지는 카치나 의식은 조상숭배를 중심 내용으로 하며, 남성들의 결사체는 부족의 안녕과 풍요의식을 담당한다. 리오그란데 지역에서는 부족이 여름과 겨울 집단으로 나뉘어 번갈아 부족의 생활에 책임을 진다. 이곳의 비밀공동체에서는 주로 치료의식을 담당하며, 카치나 숭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발달해 있다. 한편 호피족 사이에서는 토속 예술과 공예가 특히 성행한다. 직조와 바구니 제조가 이루어지며 1890년대 이후에는 호피족과 테와족이 도자기 제조 기술을 재생시켰다. 대부분의 푸에블로 인디언 사이에서는 은과 터키옥이 생산되나 은세공은 전통적인 기술이 아니다. 푸에블로 인디언은 스페인 정복 이전의 생활방식을 상당히 많이 간직하고 있었으나 점차 가축, 금속용구, 밀과 칠리후추 같은 새로운 곡물, 현대적인 의류, 자동차,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보유했다. 이러한 생활 변화로 인해 사상과 생활태도, 전반적인 세계관이 변화되었다. 그러나 샌타페이와 앨버커키 근처의 리오그란데 푸에블로 인디언은 기본적인 사회조직, 공동체 조직, 전통신앙 등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카치나(kachina)
푸에블로족 인디언들의 종교의식에서 사람과 신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500여 명의 조상들의 영(靈).
각 부족마다 독특한 형태와 변형이 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그 부족과 함께 사는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고동체의 사람들이 '카치나' 가면을 쓰고 전통의식을 올바로 거행할 경우 카치나는 그 공동체에 자기들의 모습을 나타내 보여준다. 가면에 그려진 카치나는 잠시 의식 집행자로 변화해 실제로 그와 함께 있다고 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조그맣고 장식된 인형들에도 카치나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 인형들은 부족의 남자들이 만들어 자녀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 나무인형들은 장난감으로도 쓰였고, 카치나들의 정체와 그들 의상의 상징성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로도 쓰였다. 카치나는 대부분 단순하고 밋밋한 인형 형태가 아니라 주로 깃털이나 가죽, 경우에 따라서는 옷감을 사용하며 가면을 채색함으로써 정교하게 장식하는 방법으로 묘사했다.
[참조]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락지 기획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