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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설화 2장 - "감생설화(感生說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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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결합이 아닌 특이한 계기나 성스러운 물체의 정기를 받아 잉태하게 되었다는 설화. 비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신화나 인물전설에 주로 나타난다.


잉태의 계기가 되는 행위나 상황을 신령스러운 존재의 계시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아, 이러한 비정상적인 잉태 과정은 태어나는 인물에게 신성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기능을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유사≫•≪삼국사기≫•≪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과 여러 가지 구전설화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도 널리 분포되어 있다. 감생설화는 그 행위나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하위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햇빛을 받고 잉태했다는 모티프(motif)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나타난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유사≫ 기이편(紀異篇) 제1 고구려조에 금와왕(金蛙王)에 의해 방에 갇힌 유화(柳花)가 햇빛을 받고 임신했다는 주몽신화가 대표적이다.
가야산 여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 하늘의 남신 이비가지(夷毗訶之)가 정견모주의 몸에 햇빛을 비추어 그녀로 하여금 뇌질주일(惱窒朱日: 대가야의 시조)과 뇌질청예(惱窒靑裔; 금관 가야의 시조, 곧 수로왕)를 낳게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에서는 햇빛 외에도 달빛•별빛•무지갯빛 등을 받아 잉태하였다는 경우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르세우스(Perseus)는 어머니 다나에(Dana)가 방 안에서 햇빛을 받고 잉태했다 하여 주몽신화와 비슷하다. 물을 마시고 잉태했다는 모티프도 범세계적이다. ≪임영지 臨瀛誌≫에는 어느 양갓집 처녀가 물을 길으러 갔다가 우물에 비친 해를 보고 그 물을 마신 뒤에 범일(梵日)을 잉태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경우에 물은 생생력(生生力)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해가 있었다는 것은 건국신화에서와 같은 고귀한 혈통을 나타내기 위하여 설정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범일이 죽어서 대관령 성황신(大關嶺城隍神)이 되었다는 점도 이와 관련된다.

즉, 범일은 나라신보다는 격이 낮은 마을 신이므로 바로 햇빛을 받지 않고 물에 비친 해에 의하여 잉태되었다고 한 것 같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보통의 물이 아닌 마법이 걸린 물이거나, 신령스러운 물이 보통이다. 또한, 오줌을 마시고 잉태하였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오줌의 생생력을 상징화한 것이다.
과일 따위를 먹고 잉태했다는 모티프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세종실록≫지리지 영암조(靈巖條)에는 최 씨의 딸이 일 척이 넘는 오이를 먹고 도선(道詵)을 잉태했다고 하고, ≪조선읍지≫ 화순조(和順條)에는 향리 배 씨의 딸이 우물에 있는 오이를 건져 먹고 진각국사(眞覺國師)를 잉태했다고 한다.
구전설화에서는 무학(無學)도 그 어머니가 오이를 먹고 잉태했다고 하며, 오이 대신 복숭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과일은 씨앗을 가지고 있어서 남성의 정액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알도 과일과 비슷한 상징적 조건을 갖추어서 흔히 등장하는데,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史記≫ 열전에 실린 은나라 설(楔)의 어머니가 목욕하다 현조(玄鳥)의 알을 먹고 설을 잉태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먹는 것 외에 꽃•돌•고기•손가락뼈•피 및 여자의 심장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것들도 역시 생명의 원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이 투영되어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꿈을 꾸고 잉태했다는 모티프는 주로 중국과 우리 나라에서 발견된다. ≪삼국사기≫나 ≪동국여지승람≫에는 해(金怡의 경우)•별(김유신의 경우)•무지개(金方慶의 경우)•용(고려 혜종의 경우) 등의 꿈을 꾸고 잉태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에서도 여러 제왕의 출생설화에 비슷한 양상으로 등장한다.
기원을 하여서 잉태했다는 모티프는 우리 나라에서만 나타나는데, 특히 무속신화에 주로 나타나고 있어서 그 고유한 성격이 거듭 확인된다. 〈바리공주〉의 오구대왕 부부, 〈세경본풀이〉의 세경할미, 〈칠성본풀이〉의 칠성님 등은 모두 백일기도를 드리고서야 비로소 자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신령스러운 존재를 자신의 노력으로 감동시켜야 복을 얻을 수 있다는 서민층의 민속신앙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은 구소설에서 치성을 드리고 나이가 들어 늦게 자식을 얻는다는 설정과도 관련된다.

이 밖에도 별•천둥•바람•냄새와 같은 여러 가지 정기를 받아서 잉태했다는 모티프나, 다른 존재의 눈길을 받거나 발자국을 밟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교섭을 통해서 잉태했다는 모티프는 우리 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으나,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나타나는 것들이다.
다양한 모티프로 구현되는 감생설화는 공통적으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원초적인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티프가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고, 위대한 업적이나 신이한 행적을 남긴 사람에게 적용되었다는 점은 한 집단이 공동으로 칭송하고, 기억할 만한 인물에게 그 집단이 소유한 문화적 체계를 바탕으로 신성함을 부여하는 데서 감생설화가 창출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결국, 감생설화는 단순히 원시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의 산물이 아닌, 나름대로의 깊은 역사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 사고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감생설화는 처음에 나라신•건국시조•왕 등에 적용되었으나, 후대로 갈수록 마을신•가문시조•이인•고승 등에도 적용되었고, 그에 따라 햇빛에서 해가 비친 물• 과일• 꿈 등으로 신성성의 정도가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건국신화로부터 이어져 오는 감생설화의 전통은 조선 후기에 성행한 영웅소설의 창작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락지 기획팀 연재]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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